방학이 끝나고 개학날이었다.
방학 내내 늦잠을 자는데 익숙해졌던 아들은 한 시간 먼저 일어나 잠이 덜깬 얼굴로 식탁에 앉았다. 밥알을 한알한알 세듯 입을 오물거리던 아이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아빠. 근데 왜 오늘은 늦게 출근해?"
"오늘은 아침에 진료가 없어. 개학날이기도 해서, 너랑 같이 나가려구."
"그렇구나."
"오늘은 아침에 진료가 없어. 개학날이기도 해서, 너랑 같이 나가려구."
"그렇구나."
심드렁하게 대답한 아이는 숟가락으로 밥공기를 뒤적거렸다.
남자 아이의 등교 준비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를 닦고, 까치집이 생긴 머리칼에 물을 묻혀 가라앉히고, 허물을 벗었다가 새 껍질을 쓰듯 옷 속으로 몸을 집어넣고, 두터운 자켓을 입고, 가방을 메고 현관에 서기까진 십분 정도면 충분했다.
영하 십도를 훌쩍 넘는 아침 날씨였다. 며칠째 한파였으므로 단단히 채비를 하고 나왔지만 코끝이 시렸다.
"아빠가 하나 들어줄게."
개학날이라 들고갈 준비물과 과제가 많았다. 양손에 든 가방 중 하나를 선뜻 건네지 않고 망설이던 아이는 머뭇거리며 로봇영재 수업 가방을 내밀었다.
학교까진 오 분이 채 안되는 거리이다. 어제까지와 달리 아파트단지 내 인도는 학교를 향해 종종걸음을 치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약간의 흥분과 소란스러움이 섞인 공기가 볼을 간질였다. 딱 하루 차이인데 아침 풍경은 사뭇 달라져 있었다.
새로 출현한 포켓몬에 대해 이야기하던 아이는 학교가 가까워지면서 불편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빠, 이제 그 가방 나한테 줘."
"왜, 얼마 안남았잖아. 그냥 아빠가 들어주고 싶어서 그래."
"아이참. 내가 들 수 있어. 그냥 줘."
"왜, 얼마 안남았잖아. 그냥 아빠가 들어주고 싶어서 그래."
"아이참. 내가 들 수 있어. 그냥 줘."
녀석은 아빠와 나란히 등교를 하는게 부끄러운 눈치였다. 약간의 실랑이 끝에 결국 녀석이 이겼다. 가방을 건네받아 양손에 짐을 든 아이가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아빠, 나 간다."
녀석은 재빠르게 횡단보도를 건너 재잘대는 아이들 틈에 끼어 학교 후문 안으로 사라졌다. 한번쯤 뒤돌아 손을 흔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이는 그사이 아빠가 뒤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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