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2일 수요일

남딘과 서울의 아이들

하노이 공항에서 밤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아침,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부모 참여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부모 참여 수업은 아내보다 스케줄을 조정하기 수월한 내가 참석하는 편이었다. 다행히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라 미리 휴가를 내둔 상태였다. 참여 수업 날이 출장 기간과 겹쳤다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야할 뻔 했다.

푸른반 아이들은 이십여명. 엄마 아빠와 함께 옹기종기 모여 간식을 먹은 아이들은 선생님의 시범에 맞춰 노래와 율동을 했다.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잤다지만 충분했을리 없었기에 중간중간 하품이 나왔다. 딸이 이름표가 붙어있는 자기 자리와 뒤편에 앉아있던 아빠 무릎 위를 수시로 왔다갔다 하지 않았다면 잠시 졸았을지도 모른다. 손씻기에 대한 선생님들의 짧은 연극이 끝나고 아이들은 절반으로 나뉘어 손세정제 만들기와 유리드믹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물론 엄마 아빠들도 함께.

베트남에서의 학생 봉사는 주로 유치원에서의 교육 활동 참여로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3세 이상의 취학 전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연습했다. 스스로 만들고 연습해온 것들이었기에 학생들은 각각의 프로그램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제안한 프로그램의 반응에 따라 신나하거나 풀이 죽어 있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론 자석 낚시나 바구니에 공 던져넣기, 기차 놀이 등을, 좀더 큰 아이들을 대상으론 그림 그리기나 카드 맞추기 등을 진행한다. 중간 중간 음악을 듣고 베트남 동요를 함께 부르며 율동을 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아빠 입장에선 아주 익숙한 내용들이었다. 내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의 놀이 방식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노래를 들려주거나 함께 부르며 춤을 추고 몸을 부딪히며 장난을 치는 것은 유리드믹스라는 좀더 거창한 이름의 프로그램과 그리 다를게 없었다.

어쩌다보니 베트남과 한국에서 연이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남딘의 유치원은 건물도, 놀이기구도, 아이들의 물품도 모두 낡았고 청결 상태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의 유치원은 어른들이 생활하는 여느 건물과 시설보단 훨씬 상태가 좋은 편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곳 사람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시설은 차이가 많았지만 아이들의 초롱한 눈망울과 해맑은 웃음에 있어선 남딘과 서울이 다르지 않았다. 어느 곳에서든 아이들은 모두 즐겁고 행복해보였다.

유엔의 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조사 대상 158개국 중 한국의 행복 지수는 47위, 베트남은 75위이다. 물론 행복감을 평가해 비교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과거 다양한 행복 지수 조사의 결과가 제각각인 이유는 주관적 지표 위주였기 때문인데, 이 조사는 GDP, 기대 수명 등 행복과 관련된 보다 객관적인 지표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10년 뒤, 이 아이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우리는 그것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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