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8일 일요일

무릎이 뻑뻑할 때 찾는 '관절 영양제', 마모된 관절을 되살릴 수 있을까?

[그 영양제, 정말 먹어도 될까?] 의사가 알려주는 12가지 장기별 건강기능식품 가이드 ② 관절

: 무릎이 뻑뻑할 때 찾는 '관절 영양제', 마모된 관절을 되살릴 수 있을까?


따스해진 봄바람이 불어오니 겨우내 웅크렸던 몸이 근질거립니다. 바야흐로 러닝의 계절입니다. 요즘은 공원은 물론 도심 어디서든 러닝 크루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러닝 인구가 천만을 넘었다고 하니 대세이긴 한가 봅니다. 저 역시 5~6년 전부터 달리기 시작한 러너 중 한 명입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느껴지는 짜릿한 느낌,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맛보다 보면 힘이 들더라도 또 달리고 싶어집니다. 스마트 기기에 차곡차곡 쌓이는 러닝 기록을 보면 뿌듯한 마음도 들고, 문득 욕심이 생겨 기록을 조금 더 단축해 보려고 속도를 높이기도 합니다.

러닝을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전에 없던 걱정도 생겼습니다. 작년부터 무릎에 뻑뻑함을 느끼는 빈도가 늘었거든요. 예전엔 조금 무리를 했더라도 금방 풀렸던 것 같은데, 삐걱거리는 느낌이 며칠을 가고 어떤 때는 무릎에서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하긴 이제 50대에 접어든 나이이니 관절이 이전 같을 수는 없겠지만 슬슬 걱정이 됩니다. '이러다 러닝을 못 하게 되는 건 아닐까?' 불안감은 이내 '무릎에 좋다는 걸 뭐라도 좀 챙겨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무심코 지나치던 홈쇼핑이나 SNS 피드의 관절 영양제 광고도 이제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3월이 되면 진료실에도 저와 같은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분들이 부쩍 늡니다. 러닝 후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2030 세대부터 등산이나 골프를 즐기려는 중장년층까지. 그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글루코사민, 콘드로이틴, MSM(식이유황), 보스웰리아 같은 관절 영양제 리스트가 들려 있습니다. 러닝 붐으로 정형외과와 관절 영양제 시장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웃지못할 뉴스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토록 관절 영양제를 찾을까요? 의학적 효능을 떠나, 그 기저에 깔린 세 가지 심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바로 환상, 불안, 그리고 욕망입니다.

첫째, '채워진다'는 환상입니다. 건강 프로그램이나 홈쇼핑에서 흠집 난 연골 사이로 하얀 성분이 스르륵 차오르며 매끈해지는 3D 그래픽 광고를 가끔 봅니다. 시각적으로 매우 강력한 이 이미지는 소비자들에게 닳아버린 연골을 다시 채울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줍니다. 하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혈관이 없는 연골은 한번 구조적으로 마모되거나 손상되면 피부처럼 새살이 돋아나지 않습니다. 정형외과학회 등 전문가 단체가 관절 영양제를 권장하지 않거나(Not Recommended), 보류하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먹는 영양제가 소화기관을 거쳐 혈관이 없는 무릎 연골까지 도달해 조직을 재생시킨다는 것은, 현재의 의학 수준에서는 환상에 불과합니다.

둘째, '삐걱거림'에 대한 불안입니다. 무릎에 통증을 느낄 때, 사실 통증보다 더 무서운 건 기능의 고장이겠지요. 무릎에서 소리가 나거나 뻐근해지는 느낌이 들면 우리는 기계에 녹이 슨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이때 영양제 광고는 ‘윤활유를 쳐주라’고 속삭입니다. 이 지점에서는 그나마 긍정적인 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글루코사민, 콘드로이친, 보스웰리아, MSM제제 등이 관절의 통증이나 뻣뻣함을 다소 줄여줄 수 있다는 연구들도 꽤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통소염제처럼 일시적인 증상 완화일 뿐, 관절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수리는 아닙니다. 또한 효과가 있다 해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진 않으므로, 통증이 있는 경우 시험 삼아 복용해 볼 수 있겠지만 증상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굳이 계속 복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기에는 그 의학적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멈추고 싶지 않다'는 욕망입니다. 결국 우리가 영양제를 찾는 진짜 이유는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 때문입니다. 등산을 계속하고 싶고, 친구들과 골프를 치고 싶고, 저처럼 계속 달리고 싶은 마음. 제약회사와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은 정확히 이 욕망과 불안을 파고듭니다. ‘이걸 먹으면 당신은 계속 달릴 수 있습니다’라고 유혹하죠. 그 유혹에 빠져 영양제를 믿고 무리한다면 관절은 더 망가지게 됩니다. 관절 영양제의 진짜 문제점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월의 봄, 다시 운동화 끈을 매는 당신에게 의사로서 드리는 진짜 처방은 영양제 쇼핑이 아닙니다. 닳아버린 타이어(연골)를 새것으로 갈아 끼울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타이어를 지탱하는 차체(근육)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무릎 관절의 가장 강력한 지킴이는 대퇴사두근입니다. 대퇴사두근은 허벅지 앞쪽에 위치한 네 개의 큰 근육으로 무릎 관절을 펴고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근육입니다. 이 근육이 튼튼하다면 무릎으로 가는 하중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영양제 한 알을 삼키는 쉬운 길 대신, 스쿼트를 하고 계단을 오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러닝 전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관절의 가동 범위를 확보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해 무릎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 비싼 관절 영양제보다 백배 더 효과적입니다.

영양제는 기껏해야 운동화 속에 까는 얇은 깔창 정도입니다. 얇은 깔창 하나 믿고 무리하게 뛰다가는 오히려 더 큰 부상을 입습니다. 흔들리는 무릎을 잡아주는 건 신용카드로 산 영양제가 아니라 우리가 흘린 땀으로 만든 근육임을 기억하세요. 그래야 우리는 70대가 되어서도 계속 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지: Google Gemini)

(참고문헌)

Yu G, Xiang W, Zhang T, Zeng L, Yang K, Li J. Effectiveness of Boswellia and Boswellia extract for osteoarthritis patien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C Complement Med Ther. 2020 Jul 17;20(1):225.

Baden KER, Hoeksema SL, Gibson N, Gadi DN, Craig E, Draime JA, Tubb SM, Chen AMH. The Safety and Efficacy of Glucosamine and/or Chondroitin in Humans: A Systematic Review. Nutrients. 2025 Jun 24;17(13):2093.

Butawan M, Benjamin RL, Bloomer RJ. Methylsulfonylmethane: Applications and Safety of a Novel Dietary Supplement. Nutrients. 2017 Mar 16;9(3):290.


2026년 1월 15일 목요일

회식 잦은 연말연시, '밀크씨슬'만 믿고 달리는 당신에게

그 영양제, 정말 먹어도 될까? 의사가 알려주는 12가지 장기별 건강기능식품 가이드 ① 간

: 회식 잦은 연말연시, '밀크씨슬'만 믿고 달리는 당신에게 


새해가 밝았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진료실 풍경은 사뭇 진지해집니다.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와 모임으로 몸을 혹사시킨 후, 새해 결심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부쩍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검진 결과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이것입니다. 

“교수님, 제가 이번에 간 수치가 좀 높게 나왔던데요. 간에 좋다는 영양제를 좀 챙겨 먹으면 도움이 될까요?”

영양제, 정확하게 말하면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하지요. 이런 분들이 흔히 먹는 건강기능식품 성분이 밀크씨슬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의 식탁 위나 서랍 속에도 밀크씨슬 영양제 한 통쯤 놓여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양제 중 하나이자, 피로 회복과 간 건강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밀크씨슬. 과연 이 작은 알약이 지친 간을 되살리는 구원투수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의학적 근거를 통해 그 진실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 효과는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밀크씨슬은 간에 도움이 됩니다. 밀크씨슬의 핵심 성분인 실리마린(Silymarin)은 엉겅퀴라고 불리는 국화과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항산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세포의 외부 막을 튼튼하게 해 독소 침투를 막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손상된 간세포의 재생을 돕는 역할을 함으로써 간 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학계에 보고된 연구 결과들은 꽤 긍정적입니다. 2024년 Canadian Liver Journal에 발표된 최신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지방간 환자가 실리마린을 꾸준히 복용했을 때 간 세포 손상 지표인 ALT와 AST 수치가 10~20 정도 유의하게 줄어드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검진표에 찍히는 빨간 숫자를 정상 범위로 돌려놓는 데 효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이유로 실리마린 성분은 전문의약품으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 건강기능식품이 술을 이길 수 있을까?

하지만 환자를 만날 때 우려하는 지점은 밀크씨슬의 효능 자체가 아닙니다. 이것을 술에 대한 면죄부처럼 여기는 심리입니다.

“요즘 밀크씨슬 먹고 있으니까, 술 좀 더 마셔도 덜 취하겠지?” 

“영양제 챙겨 먹으니까 간은 보호되고 있을 거야.”

이런 생각은 위험합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받는 의학 근거 분석 기관인 코크란(Cochrane) 리뷰에 따르면 밀크씨슬이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거나 간경변증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막아준다는 근거는 미미합니다. 쉽게 말해, 불이 난 집(음주로 손상된 간)에 물 한 바가지(밀크씨슬)를 끼얹는다고 해서 불길이 잡히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름(술)을 계속 붓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밀크씨슬이 검사 수치 상의 염증을 조금 줄여줄 수는 있어도, 술이 가하는 타격을 원천 봉쇄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흔치는 않지만 밀크씨슬이 위통, 설사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복용 후 불편이 생기면 바로 중단해야 합니다.

- 2026년 새해, 간을 위한 처방 

그렇다면 간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간을 살리는 1순위 치료법은 우루사나 영양제가 아니라 절주를 비롯한 생활습관 교정과 체중 감량입니다. 과음과 비만이 불러온 지방간의 치료법은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며, 간장약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간에 낀 지방을 줄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비싼 영양제를 사 먹는 것보다 오늘 저녁 술잔을 내려놓고 밥 한 숟가락을 덜 먹고 운동화 끈을 매는 것이 간에게 훨씬 더 강력한 치료제인 셈입니다. 바로 그게 어렵다구요? 이런.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은 비싼 운동화와 같은 존재입니다. 좋은 러닝화를 신으면 발의 피로를 조금 덜어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비싼 신발을 신어도 결국 내 두 다리로 뛰지 않으면 살은 빠지지 않습니다. 신발장에 명품 운동화를 진열해 두고 소파에 누워 치킨을 먹으며 건강해지기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명품 운동화가 없어도 뛸 수 있지만, 뛰지 않는 사람에게 비싼 운동화는 그저 장식품일 뿐입니다.

검진 결과표의 간 수치가 걱정되시나요? 그렇다면 영양제를 찾기 전에 오늘 밤 술잔부터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체중계 위에 올라가십시오. 그것이 2026년 새해, 여러분의 간이 바라는 진짜 처방전입니다.

(이미지: Google Gemini)

(참고문헌)

Malik A, et al. "Effects of silymarin use on liver enzymes and metabolic factors in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Canadian Liver Journal. 2024 Feb;7(1):40-53.

Rambaldi A, et al. "Milk thistle for alcoholic and/or hepatitis B or C virus liver diseases."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07 Oct 17;2007(4):CD003620.

식품의약품안전처. "2020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재평가 결과보고서: 밀크씨슬 추출물".

2026년 1월 6일 화요일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대해

올해 첫 책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 되었다. 너무나 유명한 고전임에도 막상 읽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책에 대해 논할 수 있게 된 건 우습게도 아들이 학교에 제출할 독서 감상문 때문이었다. 같은 조에 속한 괴팍한 취향의 친구 때문에 아이에겐 어렵기 짝이 없는 이 책을 고르는 재앙스러운 일이 생겼단다. 미궁에 빠진 감상문에 대해 이야기하다 무심코 펼친 책의 첫 장 머리말에 빠져들어 나머지 네 개의 장과 해제까지 이어서 읽고 말았다.

1859년에 쓰여진 책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2026년의 대한민국에서 쓰여진 책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이 가득한 글이다. 책에 좋은 글귀가 너무나 많았다. 줄을 그어가며 읽은 책은 정말 오래만이었다. 인상적이지 않은 구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 글귀를 옮기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다. 

밀은 세살 때 그리스어를, 여덟살 때 라틴어를 배웠다고 하는데, 천재였음에 틀림없다. 책을 읽으면서 감탄했던 점은 그가 자신의 주장에 대해 논리적 근거를 펼치고 증명하는 방식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단순히 지식을 전달받는 게 아니라 거대하고 정교한 사유의 건축물이 세워지는 과정을 목격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주로 선택하는 증명 방식은 반대 의견의 강화이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의 논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날카로운 비판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그걸 다시 논파하곤 한다. 그 치열한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주장이 책에 담겼기에 17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그 견고함에 감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는 '관습의 독재'란 표현을 사용해 사회의 눈치와 관습이 개인의 개성을 말려 죽이는 상황을 경계했다. 더불어 유럽이 발전한 이유를 다양성에서 찾으면서 그 반대 사례로 중국을 비롯한 동양 국가들을 언급하는데, 이 지점에서 제국주의와 유럽 우월주의적인 시각이 엿보인다는 것이 흠이라면 유일한 흠이었다. 지금 보기엔 동양은 관습에 얽매여 있고 서양은 자유롭다는 식의 이분법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편향되게 느껴지지만,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순응이 인간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본질적인 메시지의 가치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하긴 19세기에 영국의 동인도 회사에서 일을 했고 전 생애를 유럽에서 보냈던 그가 당시의 시각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천재인 그도 인간적인 한계가 있었던 것이겠지.  

그가 구축한 지적인 논리 유희를 좇는 즐거움이 컸지만, 동시에 나 자신이 거대한 천재를 접하는 평범한 인물임을 스스로 실감하며 자조하기도 했다. 그가 택한 방식처럼 모든 의견에 반론을 허용하고 내 믿음을 계속 시험대에 올리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라 나같은 범인에겐 지적 중노동이 되고 만다. 관습을 거부하고 매 순간 개별성을 발휘하라는 권유 역시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현실에선 구름 위 이야기처럼, 때로는 그가 무엇보다 경계한 도그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천재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이만큼 까마득한 지적 거리감이라니.

그래도 올해 처음 읽은 것이 이 책이어서 다행이었다. 천재 철학자의 가르침을 이생에서 다 실천하긴 글렀으나, 올해를 살면서 작은 선택 몇 가지 정도는 관습의 독재를 따르지 않고 온전히 내 기질과 선호에 따라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정도면 올해의 목표로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