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7일 화요일

눈뭉치 던지기

일요일에 아이들과 눈썰매장에 갔다. 슬로프 대기 줄이 어찌나 긴지, 서울 시내 아이 있는 집은 모조리 다 출동한 것 같았다. 막상 썰매는 몇 번 타지 못하고 썰매장 한켠 다져진 눈밭에서 눈덩이를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올 겨울 아직 눈구경을 제대로 못한 아이들은 사람들 발에 밟혀 본래의 색을 구분하기 힘든 눈밭에서도 손발 시린줄 모르고 고맙게도 한참을 논다.

첫째 녀석이 조그만 눈뭉치를 던지는데 제법 멀리까지 간다. 싱긋 웃더니 나에게도 슬쩍 눈짓을 보낸다. 아빠가 어디까지 던질 수 있을지 보겠다는 눈치다. 괜한 승부욕이 발동하는 순간이다. 눈덩이를 적당히 뭉쳐 크게 팔매질을 했다. 눈뭉치는 긴 포물선을 그리며 아이의 눈덩이가 떨어졌던 지점을 훌쩍 너머 야트막한 담장을 넘어갔다. 아이는 순간 짧은 탄성을 내뱉고는 존경심을 담은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별것 아니라는 듯 무심한 눈빛으로 답했다. 아빠의 존재감이 오래간만에 휘황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오래된 형광등도 가끔은 밝은 빛을 내고, 사그라드는 모닥불도 때로는 밝은 불똥을 튀기는 법이다. 그 빛이 오래가질 않아서 문제지만. 두어 차례 더 눈뭉치를 던져보았지만 처음처럼 우아하고 긴 포물선은 그려지지 않았다. 아이는 금새 눈뭉치 던지기에 흥미를 잃었는지 다시 눈밭을 파고 있었다. 팔매질을 그만둔 건 다시 담장을 넘기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른쪽 어깨에 뻐근한 통증을 느꼈던 것도 이유였다. 저녁이 되면서 통증이 더 심해져 소염진통제 한 알을 먹었다. 언젠가부터 관절이든 근육이든 여기저기 자주 문제가 생겨 소염진통제는 항상 준비해두어야 한다.

오늘 아침에도 통증은 여전했다. 어깨를 올리는 게 수월치 않아 옷을 입을 때도 평소보다 동작이 굼떠졌다. 아마 어깨 관절을 싸고있는 인대 중 하나에 탈이 났을 것이다. 지금 상태라면 다행히 소염진통제와 며칠의 시간으로 나아지겠지만, 손상이 조금 더 심했다면 오십견이 생겼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오십이 가까운 나이이니 오십견이 생겨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만, 새삼스레 이제 눈뭉치도 살살 던져야하는 낡은 나이가 되어가는구나 싶어 실소가 나왔다. 오후부턴 비도 오는 궂은 날씨라니 퇴근 전에 미리 파스라도 붙여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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