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이전엔 트레드밀을 이용했다. 실외 러닝을 시작한 때는 코로나가 위세를 떨치기 시작하던 해였다. 일주일에 한두 번, 집을 나서 한강을 건너 돌아오는 4킬로미터 남짓 코스였다. 그때는 강 위를 달리는 순간이 그저 마음에 들었을 뿐이고, 속도나 기록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았다.
미국에서 보낸 한해 동안엔 좀더 자주 뛰었다. 집에서 출발해 집 근처 공원을 돌고 돌아오곤 했다. 공원을 몇 바퀴 도느냐에 따라 거리가 달랐다. 짧게는 2마일, 길게는 3마일 정도의 코스였다. 뛰다 걷다 하는 식으로 산책하듯 했으므로 3마일이라 해도 그리 힘들진 않았다.
지난해 한국에 돌아와 몇 개월 동안엔 운동을 하지 못했다. 여름이 되면서 다시 러닝을 시작했다. 집에서 출발해 성내천 뚝방길을 두 번쯤 왕복하면 딱 3킬로미터가 나왔다. 두어 달쯤 그렇게 하다 보니 거리를 좀더 늘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뚝방길은 한강 공원까지 이어져 있다. 그곳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로, 조금씩 거리를 늘려 가을쯤엔 6킬로미터까지 뛰곤 했다. 거리가 늘다 보니 10킬로미터를 뛰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거리에 대한 목표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역시 기록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땐 킬로미터당 6-7분 정도의 스피드로 달렸던 것 같다.
그러다 11월에 갑상선 항진증이 찾아왔고, 운동을 할 수 없는 컨디션이 되었다. 약을 먹으며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안정이 될 때까지 두어 달 동안 러닝도 쉬었다. 올 초에 다시 운동화를 신고 늘 뛰던 길에 나갔을 때는 체력이 작년보다도 못하게 회귀한 상태였다. 3킬로미터를 뛰는데도 힘에 부쳐서 허덕거렸다. 그래도 한달 정도 지나니 다시 안정이 되었고, 지난 달부턴 다시 거리를 늘려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목표였던 10킬로미터까지 늘려보기로 했다. 내친김에 속도도 좀더 높여보면 어떨까. 킬로미터당 6분 이내 까지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10킬로미터를 6분 페이스로 달리면 1시간이 걸린다. 1시간 내에 10킬로미터를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다. 러닝에 익숙한 이들에겐 별것 아닌 기록이겠지만, 그동안 1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뛰어본 적도 없었던 내게는 쉽지 않은 숫자였다.
그리고 어젯밤, 그동안 생각만 했던 목표에 다다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