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를 갈 기관을 정한 건 2019년 3월이었고, 이듬해인 2020년 연수 대상자로 확정된 것이 10월이었다. 이후 6개월간 UC San Diego의 A 교수님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연구 계획서를 완성하고 MESA 코호트 데이터를 받았다. 동료들은 연수를 가서 해야할 일을 벌써 절반쯤은 한 셈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20년 7월에는 LA행 비행기 안에 있었어야 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의 날갯짓이 전 지구를 휩쓸지 않았다면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2020년 3월에 미국 대사관의 비이민 비자 인터뷰가 중단되었고, 봄이 다 가도록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연수 대상자에게 가장 중요한 허가 서류인 DS-2019는 5월에 받았지만 6월이 되어서도 비자 인터뷰가 재개될 기미는 없었다. 당해 연수를 취소할 수 있는 기한은 6월 까지다. 그때까지는 연수 일정을 2021년으로 미룰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취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해에 출국을 못했을 때는 이듬해 연수 대상자가 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Covid-19 관련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대사관 인터뷰가 열려 원래 일정대로 미국에 간다 해도 문제였다.
6월 말, 연수 일정을 결국 취소했다. 대사관에 신청했던 긴급 인터뷰가 거절된 뒤였다. UCSD에 양해를 구했고, 새로운 일정은 2021년 2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일정이 바뀌었으므로 DS-2019 역시 다시 받아야 했다. 몇 달간 준비했던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새로운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 7월부터 대사관 인터뷰가 재개되었지만 이미 일정이 변경된 뒤였으므로 도움이 되진 않았다.
두 번째 DS-2019는 11월에 도착했다. 책상에 놓인 익숙한 FedEx 봉투를 보았을 때, 한 번 받기도 수월치 않은 서류를 두 번 씩이나 받았구나 싶어 쓴웃음이 나왔다. 미국의 판데믹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었다. 12월 중순으로 대사관 비자 인터뷰 전에 또 비자 업무가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었다. 그래도 이제 구체적인 준비를 진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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