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께서 다음 주에 수술을 받으실 예정이다. 언젠가부터 한쪽 눈이 어른어른하다시더니, 근처 안과 진료 결과 망막에 주름이 잡혔다고 한다. 모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보고 수술 날짜를 받은게 두어달 전이다.
입원 날짜, 수술 날짜가 정해졌고 지난 주엔 입원 전 검사를 위해 병원에 다녀가셨다. 검사 잘 하고 돌아가셨느냐고 통화를 하는데, 입원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신 모양이다. 수술 이틀 전에 입원을 하고, 수술 이후에도 며칠은 병원에 계셔야할 것 같은데 입원 기간에 대한 설명을 못들으신 모양이다.
예기치 않게 일상을 비워야하는 환자 입장에선 얼마동안의 공백을 준비해야할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설명이 없었던걸까, 아님 검사실과 진료실을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 당신이 들었던 것을 잊으신걸까.
외래에 전화해 입원 기간을 물어볼까 싶었지만 내가 직원임에도 막상 환자 보호자 입장이 되니 선뜻 문의하기가 망설여진다. 결국 '망막 수술 입원 기간' 등을 구글링하고 있노라니 늘상 느끼는 거지만 이 병원도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출근하니 책상 위에 봉투가 놓여있다. 안에 든 건 지난달에 외부 병원으로 의뢰한 환자의 회신서였다.
이곳에서 모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으로 의뢰하는 것은 대개 환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이루어지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렇게 회신서를 받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회신서야 해당 병원의 행정 시스템에 따라 보내졌을 것이다. 흔한 시술이고 회신 내용도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보냈던 환자에 대한 치료가 별탈 없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하게 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치료를 담당한 선생님께 조금은 고맙기도 했다.
회신서를 보내는 것은 의뢰를 한 의료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일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론 환자를 보내준 것에 대한 감사와 이후에도 환자를 보내달라는 뜻이 깔려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간에 회신서를 챙겨보내는 것은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를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예전 모 대학병원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일일이 회신서를 작성해 보내셨다는 일화도 있지만, 대개 행정적인 지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행정적인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신경쓰지 않는 병원들도 있다. 그런 곳은 굳이 이런 애프터서비스를 하지 않아도 환자로 넘쳐나서일텐데, 또 환자가 많은 병원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무수히 많은 환자 의뢰서를 받고있는, 내가 속한 이 병원은 답장을 몇 통이나 보내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니 늘상 느끼는 거지만 역시나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2017.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