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7일 수요일

자전거 배우기

아이는 한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페달 옆에 파워레인저가 그려진 빨간색 안장의 자전거는 3년 전 외할아버지가 사주신 것이었다. 18인치 휠이라 처음엔 안장 높이를 가장 낮추고도 페달에 올린 발이 조금은 버거워보였지만, 오래지 않아 맞춤인 높이가 되었다. 아이들은 빠르게 큰다. 아이의 키에 맞춰 빨간색 안장도 조금씩 높아져갔다.

자전거를 타는 횟수가 뜸해진 건 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부터였다. 친구들은 어느새 보조 바퀴가 없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아파트 단지 내의 작은 축구장에서 딱 한 번 보조 바퀴를 떼고 연습을 시킨게 서너달 전이었는데, 그날은 영 균형을 잡지 못했다.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아직 때가 아닌가 싶어 그 이후로 연습은 미뤄두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아직 저만 보조 바퀴를 떼지 못한게 자전거를 잘 안타는 이유인가 싶기도 했다.

얼마전 파란색 새 자전거가 갖고 싶다고 엄마에게 넌지시 이야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갖고있는 자전거도 아직은 충분히 탈만 할 것 같아서 보조 바퀴를 떼고 스탠드를 달기 위해 동네 자전거 매장에 들렀다. 자전거를 손보던 직원은 아이를 안장에 앉혀보더니, 두 발 연습이 끝나면 22인치 휠의 자전거를 사는게 좋겠다고 했다. 아빠가 새 자전거를 사줄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 실망한 표정이었던 녀석은 직원의 말을 듣곤 금새 얼굴이 밝아졌다.

- 거봐, 저 아저씨도 새로 사야한다고 하잖아.

보조 바퀴를 뗀 자전거는 거추장스런 짐을 벗어버린 것처럼 가벼워 보였다. 내친김에 자전거를 아파트 단지 안 학교 운동장에 가지고 갔다. 연습을 하기엔 바닥이 평평한 농구 코트가 좋을 것 같았다.

하나 둘 셋, 신호에 맞춰 페달을 밟는다. 몇 달 전 연습 때완 다르게 제법 균형을 잡고 페달을 굴렸다. 뒤에서 안장을 잡고 따라가는데 금방 숨이 찼다. 코트를 서너 바퀴 돌았을까, 안장을 잡은 손에서 힘을 빼고 손가락만 받쳐주어도 무리없이 잘 간다. 손을 살짝 뗐다.

- 아빠 방금 손 뗐다.

- 진~짜?

녀석 눈이 동그래졌다. 자전거를 따라 뛰면서 안장에서 손을 떼 등을 두드려주니 씩 웃는다.

- 진짜네~

아이는 그날 오후 내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오랜만에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자전거가 작아보인다. 페달을 밟는데 곧 무릎이 핸들에 닿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곧 파란색 새 자전거를 사주어야 할 것 같다.

언제 또 이렇게 커버렸나.

2015. 6. 14
여덟살 지환군 처음 두 바퀴 자전거 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