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먹는 과일은 50년 전의 과일과는 다르다고 한다. 50년 사이에 과일의 비타민, 미네랄 함량이 줄어들었다는 근거는 영국과 미국에서 발표된 몇몇 논문들에서 찾을 수 있는데 해당 연구들마다 다양한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1,2)
식품 별로 영양소 함량의 변화를 정리한 자료(링크)에 따르면, 예를 들어 사과의 경우 비타민 A는 40%, 비타민 B는 75%, 철분은 53% 줄었다고 한다. 해당 자료를 보면 식품 별로 어떤 영양소는 다소 늘어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토양 성분의 변화, 비료 사용, 짧은 기간에 생산량을 높이는 경작법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연구와 관련된 전문가들은 과일과 채소는 여전히 비타민과 미네랄의 좋은 공급원이므로 해당 식품들을 충분히 먹기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들이 엉뚱하게 쓰이기도 한다. 이를 비타민 보충제를 복용해야 하는 근거로 삼는 경우이다. 과거에 비해 현대의 식품에 비타민이 충분히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자연 식품만 먹어서는 충분한 비타민 섭취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물론 50년 전에 비해 현재 개별 식품의 비타민 함량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논리적이지 못한데, 이것은 '우리가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비타민의 총량이 부족한가?' 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영양 섭취에 관한 연구에 가장 많이 쓰이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참고하는 것이 타당하다. 2012년에 발표된 국민건강영양통계에 따르면 남녀 성별 주요 영양소의 권장기준 대비 섭취 비율은 다음 그림과 같다.
인, 철, 비타민A, 티아민(B1), 리보플라빈(B2), 나이아신(B3), 비타민C 등 대부분의 영양소가 섭취 기준 대비 100% 이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물론 칼슘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식단에서 부족한 대표적인 영양소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우리 국민 표본 집단에 대해 실제 섭취하는 식품을 조사하고, 식품별 영양소 함량 DB를 바탕으로 각각의 영양소 섭취 총량을 계산해낸다. 예를 들어 조사 대상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사과 1개, 귤 1개을 먹었다면 사과와 귤에 포함된 개별 비타민을 더해 하루 섭취량을 계산하는 것이다. 여기에 쓰이는 식품별 영양소 함량 DB는 농촌진흥청과 보건복지부에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자료이며, 조사 당시에 국내에서 소비되는 식품들을 수거해 실제 영양소 함량을 분석한 결과이다.3,4)
그러니까 50년 전이 아닌 현대의 식품을 먹는 우리들도 비타민을 부족하게 먹고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섭취가 부족하다면 과일과 채소를 조금 더 신경써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50년 전 과일보다는 못할지 모르지만, 오늘 마트에서 팔고있는 과일들은 여전히 좋은 비타민 급원 식품이며 특정 비타민 보충제들이 과일과 채소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변함없는 사실이다.
1) Mayer A-M. Historical changes in the mineral content of fruits and vegetables. Brit Food J 1997;96(6):207−11.
2) Davis DR, Epp MD, Riordan HD. Changes in USDA Food Composition for 43 Garden Crops, 1950 to 1999. J Am C Nutr 2004; 23(6):669−82.
3) 농촌자원개발연구소. 식품성분표 제7개정판 I. 2006.
4)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식품별 영양성분 분석자료의 데이터베이스 추가구축사업 결과보고서.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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