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아들이 아프다.
금요일에 어린이집에서 구토를 하더니 열이 오르락내리락해서 약을 먹였다. 장염이 아닐까. 병치레를 안하는 편이고 감기를 앓더라도 하루이틀 정도면 나아지곤 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헌데 이번엔 쉬 나아지질 않는다. 주말동안 배가 아파 밥을 거의 먹지 못했고 어제 밤에도 물을 마시고 구토를 했다. 아침에 퀭한 눈을 깜빡이면서 배가 아프다고 울먹거리는 걸 두고 출근을 하는데 발걸음이 무겁다.
"엄마 아빠는 안아프게 해줄 수 있는데..."
금요일에 아이가 도우미 아주머니께 했던 말이란다. 이전부터 가끔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배를 문질러주면서 예전 어머니가 해주시던대로 '아빠 손은 약손'이라 나지막히 읊조리곤 했다. 감기든 장염이든 약을 먹이면 이내 좋아졌고 오래 앓진 않았기때문에 아이는 아픔이란 엄마 아빠가 옆에 있으면 금새 나아지는 것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주말엔 엄마 아빠가 줄곧 함께 있었음에도 사흘 밤이 지나도록 낫지 않았다. 약을 먹이고 뜨거운 물을 부은 주머니를 배에 대어주며 이제 곧 나아질거야, 라고 이야기했을 때, 여느 때처럼 편안한 표정을 짓지 않았던 아이의 눈엔 언뜻 불안한 기색도 비쳤던 것 같다. 엄마 아빠가 옆에 있는데도 아픔이 계속될지 모른다는 느낌. 세상은 불확실한 것이고 엄마 아빠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제 몸을 통해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대단치 않은 병이고 또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아이에게 받아오던 무조건적인 신뢰가 무뎌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내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문제는 점점 더 많아지겠지. 슈퍼맨처럼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존재로 오래도록 남아있고픈 것은 애초에 유효기간이 정해진 바램일 뿐일 것이나, 갑작스레 그 유효기간을 확인하게 되는 오늘같은 날엔 조금은 서글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