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9일 화요일

건강식에 대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요?”
“조심해야 할 음식이 있는지요?”

진료실에서 환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입니다. 이제는 일반인들도 그만큼 건강에 있어 먹는 문제가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질병의 관리, 치료와 건강 증진과 관련해 무엇을 먹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현대인은 풍요한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영양 불균형, 과다한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질병의 양상 또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퇴행성 질환 위주로 바뀌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영양 부족보다는 영양 과잉, 영양 불균형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만성 질환이 음식과 깊은 관련성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고, 질환의 발생과 관리에 있어 영양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게 맞는 영양 처방으로 적절한 식단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은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건강 정보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병원을 찾아가야만 믿을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TV, 라디오, 각종 서적, 잡지, 광고, 인터넷 등을 통해 수없이 많은 정보들이 쏟아집니다. 정보의 홍수 시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수많은 방법들을 따라하기에도 벅찬 현실입니다. 대형 서점에서 책장 가득 꽂힌 수많은 영양과 음식 관련 서적을 봐도, 정말 내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을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근거가 확실한 권고사항부터 근거가 전혀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정보가 난무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경우 어떤 정보가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니는 병원의 의사선생님이나 영양사, 건강관련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접한 정보의 출처가 어디인지, 믿을만한 전문가인지, 그리고 정보의 근거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인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질병이나 증상을 단숨에 해결해주는 비법과 같은 음식은 없습니다. 매스컴에 소개되는 단편적인 정보들은 그 속성상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어떤 음식이 어느 병에 좋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대개 근거가 부족한 통념이거나 일부 연구를 확대 해석한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음식도 과하게 먹었을 때는 해가 될 수 있으며,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음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도움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한가지 음식보다는 다양한 음식으로 자신의 상태에 맞게 조화로운 식단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2013년 1월 28일 월요일

건강검진의 원칙


오승원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들어가며 



환경 위생의 개선과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만성퇴행성질환이 증가하면서 이전의 치료 중심의 의학에서 예방, 건강증진 중심의 의학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단순한 수명의 연장보다 삶의 질이 중요시되면서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뿐 아니라 이후의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질병의 조기 발견, 조기 치료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 된지 오래이다.


이러한 면에서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질병을 조기에 찾는 것이 목표인 검진에 대한 관심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과거의 의료인들은 질병이 발생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해왔으나, 질병이 증상을 나타나기 전에 전임상단계(preclinical stage)에서 질병을 찾아내는 선별검사(screening test)의 발달과 더불어 검진의 개념 역시 보편화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80년대 급격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정기 검진’ 또는 ‘종합 검진’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검진(screening)은 무증상 집단을 대상으로 특정 질병으로 인한 부담과 사망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그 질병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시행하는 선별 검사를 뜻하며, 건강 진단(general medical examination, general health examination, general health check)과는 차이가 있는 개념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개념이 혼재되어 쓰인다. 우리나라에서 종합 검진은 특정 질병에 대한 조기 발견 이외에도 수검자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뜻하는 건강 진단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 질병의 예방 및 조기발견을 위한 조기검진의 필요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검진사업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검진이 1980년에 시작되었으니 검진의 역사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정기 검진을 받지 않는 것이 건강을 소홀히 생각하는 것으로 여겨질 만큼 검진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민간 검진 시장도 점점 커져가는 추세이다. 


국내 건강검진 현황



국가 검진의 경우, 1980년 의료보험관리공단 피보험자(공무원 및 교직원)에 대한 검진이 시작 된 이후 보험재원 중 질병예방사업에 투입 가능한 예산범위 내에서 검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 개선하여 실시해 왔다. 현재는 생애주기에 따라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1-2년 간격의 검진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성인의 경우 일반건강검진, 5대암검진, 그리고 16세/40세/66세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등이 시행되고 있다.

출처: 2012년 건강검진사업 안내. 보건복지부


일반건강검진의 1차 검진에서 시행하는 검사 항목과 우리나라 국가 암검진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민간 검진 영역에서는 대개 이보다 다양한 검사 항목을 포함한 패키지 검진을 상품화시켜 제공하고 있다. 국내 민간 검진기관 수는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왔으며 검사 항목의 변화, 환자 교육 자료의 다양화, 사후 관리의 강화를 추구하며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발 빠르게 변화해왔다. 또한 검사 항목 결정과 검사 결과 해석에 수검자의 개인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개인적 특성을 반영해 만족도를 향상시켜 왔으며, CRM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전, 사후 관리를 강화해왔다. 하지만 다양한 검사를 시행하면서 발생하는 위양성,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adverse event, 검사 항목의 근거 부족, 비용의 상승 등이 민간 검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민간 검진 시장이 커지면서 의료의 상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검진의 조건과 원칙



특정 질병에 대한 검진의 효용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으며 많은 연구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일찍이 WHO에서는 검진(screening)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Principles of early disease detection (WHO, 1968)
1.     중요한 건강 문제를 다룰 것 (The condition sought should be an important health problem.)
2.     용인된 치료가 있는 질병일 것 (There should be an accepted treatment for patients with recognized disease.)
3.     진단과 치료를 위한 장비 이용이 가능한 질병일 것 (Facilities for diagnosis and treatment should be available.)
4.     잠복기나 초기 증상 단계가 있어 검진으로 발견 가능한 질병일 것 (There should be a recognizable latent or early symptomatic stage. )
5.     적절한 진단 방법이 있을 것 (There should be a suitable test or examination.)
6.     일반인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진단 방법일 것 (The test should be acceptable to the population.)
7.     질병의 발생과 진행이 잘 밝혀진 질병일 것 (The natural history of the condition, including development from latent to declared disease, should be adequately understood.)
8.     검진 결과에 따른 추가 검사와 환자의 선택에 대해 용인된 방침이 있는 질병일 것 (There should be an agreed policy on whom to treat as patients.)
9.     비용 효과가 적절할 것 (The cost of case-finding (including diagnosis and treatment of patients diagnosed) should be economically balanced in relation to possible expenditure on medical care as a whole.)
10.   검진을 통한 질병 발견이 반복적으로 꾸준히 유지될 수 있을 것 (Case-finding should be a continuing process and not a “once and for all” project.)





















이러한 원칙에 맞는 검진이라면 대개 효용 가치가 있다 할 수 있으나 원칙을 만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문제이다. 검진으로 인한 이득은 검진을 통해 중한 합병증의 발생과 사망이 줄었을 때 생기므로 생존율을 높이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한데, 이러한 근거가 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슈가 되는 문제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위음성과 위양성

좋은 검진이란 한번에 다양한 질병에 대해 정확하게 검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가지 검사법으로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은 한계가 있기에 이런 조건을 만족하려면 결국 많은 검사가 포함되어 비싸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검진, 고가의 검진이 좋은 검진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검사이든 100% 정확하지는 않으며, 위음성과 위양성의 가능성이 있다. 위음성이란 질병이 있는데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일반인들은 위음성을 더 문제시하겠지만 반대의 경우인 위양성의 경우에도 검사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나 불필요한 추가 검사로 인한 시간적, 금전적 비용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많다. 다른 의료행위와는 달리, 검진으로 인한 특수한 해(harm)는 주로 여기서 발생한다. 위양성에는 목표로 하는 질병에 대한 결과뿐 아니라 관리나 치료가 불필요하고 큰 의미 없는 유소견도 포함되는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 이 유소견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불안하게 생각하거나 추후에 불필요한 추적 검사를 받게 된다. 문제는 검사 항목이 많아질 수록 전체 결과에 위양성 결과가 포함될 확률 또한 높아진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전립선암, 폐암, 대장암, 난소암의 선별검사 효용을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로 진행된 PLCO(Prostate, Lung, Colorectal, and Ovarian) cancer screening trial에 참여했던 대상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와 같은 현상을 잘 보여준다(Croswell JM et al., 2009). 매년 흉부X선촬영, 난소암표지자검사/질초음파검사(여성), 전립선암표지자검사/항문수지검사(남성)을 시행하고 3-5년 간격으로 S결장내시경을 시행하며 경과를 분석했을 때, 3년에 걸쳐 14개의 검사를 받는 동안 1개 이상의 위양성 결과가 나올 확률은 남성의 경우 60.4%, 여성의 경우 48.8%에 달했다. 이러한 위양성 소견은 그림과 같이 검사 항목이 많아질수록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그림. 암 검사 수와 위양성 누적 발생율
 출처: Croswell JM et al., 2009


또한 이러한 결과로 인해 침습적인 추가 검사를 받는 비율은 남성의 경우 28.5%, 여성의 경우 22.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러한 불필요한 침습적인 추가 검사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조직검사나 내시경 등의 검사로 인해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 더 큰 문제가 된다기관지 내시경으로 인한 출혈이나 대장내시경으로 인한 천공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2.     검진과 관련된 비뚤림(bias)과 과진단 (overdiagnosis)

검진으로 질병을 진단했더라도 진행된 경우여서 적절한 치료 방법이 없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진행된 경우가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이후의 질병 경과나 예후를 바꾸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긴 마찬가지이다오히려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받게 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하지만 검진을 통해 질병의 예후가 달라질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그것은 검진이 불러 일으키는 비뚤림(bias), 즉 착시 현상 때문인데이러한 착시 현상은 검진의 효과가 실제로는 없는데도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 대표적인 예가 lead time bias실제 검진이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에도 단지 진단의 시기를 앞당김으로 인해 진단을 한 후 사망까지의 기간이 검진을 받지 않은 대상자에 비해 더 길어지고이로 인해 검진을 받은 사람들의 생존율이 실제로는 검진 받지 않은 군에 비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높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예를 들어 증상이 없을 때 검진으로 60세에 암을 발견한 환자가 각종 치료를 받으며 평균 10년을 살고같은 사람이 증상이 생긴 뒤에 진료를 받아 67세에 암을 발견한 뒤 3년을 산다고 가정하자진단 후 5년생존율만 비교하면 전자는 0%, 후자는 100%로 큰 차이가 있고 검진으로 암을 발견한 환자가 7년 더 오래 산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다다른 시각으로 보면 오히려 검진 때문에 암 환자로 살아가는 기간만 7년 더 늘어난 셈이 된다효과적인 검진이라면 그림과 같이 단지 질병 발견만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생존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림. Lead-time bias

또 다른 예는 length bias인데, 검진으로 발견한 암과, 증상이 생겨서 진단을 받는 암이 같은 암이 아니라, ‘생물학적 성질이 다른 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폐암이라 할지라도 빠르게 진행하는 암종과 서서히 진행하는 암종이 있을 수 있으며, 서서히 자라는 암은 증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검진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서서히 자라는 암의 경우 증상이 생긴 이후에 발견해도 경과가 좋을 것이고, 검진을 통해 이러한 종류의 암만 발견한다면 검진의 효과가 실제보다 과장되어 보일 수 있다.
아래 그림에 생물학적 성질이 다른 A, B, C, D 네 종류의 암의 진행 양상을 표시하였다. A는 암세포가 있지만 검진으로 진단되지 않으며, 진행이 매우 느려 증상이나 징후를 일으키지 않고 사망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암이다. B는 검사를 통해 진단될 수 있으나 원발 장기에 국한되며 마찬가지로 증상이나 사망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C는 전이가 가능하며, 사망에도 이를 수 있으나 적절한 시기의 진단으로 치료가 가능하며, D는 진행과 전이가 매우 빨라 일반적인 검진 간격으로 진단할 수 없고 진단하더라도 대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 네 종류의 암종 중 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는 C 뿐이다. 서서히 진행하는 암종인 B의 경우 검진으로 진단은 할 수 있으나 놔두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검진으로 인한 이득은 없다고 볼 수 있으며, 오히려 암 진단으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과 불필요한 수술, 치료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그림암의 생물학적 성질과 성장속도에 따른 검진 진단능력

출처: Esserman L et al., 2009

Length bias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과진단(overdiagnosis)이다. 서서히 자라는 암의 경우 검진으로 미리 진단하지 않았다면 환자의 일생동안 해를 입히지 않고 진단으로 인해 치료를 받을 필요도 없었을 수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검진으로 발견된 유방암의 15~25%(Kalager M et al. 2012)와 전립선암의 20~70%(Draisma G et al. 2009)가 과진단된 암일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갑상선암, 폐암 등이 과진단이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암에 해당한다.

그림. Overdiagnosis bias



검진을 받은 사람들의 생존율(암이 진단된 후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향상이 그 검진이 실제 수명을 늘렸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는데, 종종 검진의 효과를 이야기할 때 이 두 개념은 혼동해 쓰이곤 한다. 암 진단 뒤 생존기간은 비뚤림으로 인한 착시현상일 수 있으며, 결국 검진을 받은 군에서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높아졌다는 것만으로 그 검진이 궁극적인 효과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검진과 관련된 이런 착시 현상에 빠지지 않으려면 좀더 정교한 연구방법이 필요하며, 진단 후 생존율이 아니라 해당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해야 한다. 비슷한 환경과 조건에서 검진을 받은 군과 그렇지 않은 군의 사망률을 직접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국립암연구소(NCT)에서 주도한 National Lung Screening Trial(NLST)의 경우 무작위대조연구방법으로 저선량 흉부CT 군과 기존의 흉부 X선촬영 군을 비교해 누적 흡연량이 많은 고위험군에서 저선량 흉부CT가 폐암으로 인한 사망을 20% 줄인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으며 이러한 연구는 검진의 효과를 증명한 좋은 예이다.


검진의 이득


1.     질병에 대한 조기 발견과 사망 위험 감소

일반적으로 검진은 질병의 증상이 없을 때 적절한 검사를 시행하여 조기에 질병이환 여부를 밝혀내는 것을 말한다. 질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질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하는 것보다 사전에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 발견으로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이득은 질병으로 인한 합병증과 사망의 감소이다. 암의 경우 병기가 진행될수록 생존율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근 통계를 보아도 1, 2기에서 발견되었을 때는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원격 전이가 있는 4기의 경우 30%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 정기적인 검진이 질병의 조기 발견을 가능하게 하고, 질병의 조기 발견이 그로 인한 사망을 줄일 수 있다면 결국 잘 계획된 국가 검진 프로그램은 해당 질병으로 인한 국민 전체의 사망률을 줄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1993~2005년까지의 암 발생자 115만여 명을 대상으로 2006년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국가암조기검진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9년 이후 전체 암에 대한 생존율이 증가되었다. 특히 암조기검진사업에 포함된 5대 암(··대장암·자궁경부·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01-2005년과 1993-1995년을 비교할 때 10% 이상 증가하였다. 예후가 좋은 갑상샘암을 제외했을 때, 이러한 증가 폭은 암조기검진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암의 생존율 증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결과를 보였다.( 3)

. 국가암조기검진사업 대상 암종의 생존율 추이 (단위: %)
암종
발생년도
‘93-‘95
‘96-‘00
‘01-‘05
증감1)
국가암검진 암종2)
45.7
48.3
56.3
+10.6
국가암검진 이외 암종
(갑상샘암 제외)
31.4
34.2
39.5
+8.1
1) ‘93-’95년 대비 ‘01-’05년 생존율 증감,
2) 남자는 위, , 대장, 여자는 위, , 대장, 유방, 자궁경부암임
출처: 중앙암등록본부, 한국유방암학회

물론 이러한 생존율 증가의 원인이 오직 암검진사업에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국가암검진 암종이 1993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가되었으며 국가암조기검진사업 이전에도 특정암 검진이 시행되는 등 암종마다 그 시대적 사회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암조기검진사업에 포함된 암종의 치료 성과 자체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생존율 증가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검진의 활성화로 인해 이른 병기의 암과 느리게 진행하는 암의 발견이 주로 늘어나면서 생긴 착시현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앞에서 예로 든 유방암 검진의 경우 외국에서는 사망률 감소 효과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미국에서는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유방암 사망률이 24% 감소했는데, 이러한 사망률 감소에 유방촬영술을 통한 검진이 28~65% 기여했다고 보고했다(Berry DA et al. 2005). 유방촬영술의 유방암 사망 감소 효과를 비교한 기존 연구 결과들을 통해 50세 이상 여성에서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 더 젊은 연령에서의 효과에 대해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개 40세 이상의 여성에서 1~2년마다 정기적으로 유방촬영술을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National Lung Screening Trial(NLST)의 경우 고위험군에서 저선량 흉부CT가 폐암으로 인한 사망을 20% 줄였으며, 이를 근거로 미국암학회에서는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 55~74세 성인에게 매년 저선량 흉부CT를 받도록 하는 새로운 폐암 검진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 검진 권고안의 경우 외국에서 행해진 임상 연구와 전문가의 합의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근거에 따라 개선되어 온 바 있지만, 효용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려면 현 검진 프로그램에 대해 향후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과학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2.     사후 관리와 건강 증진

전통적인 의미에서 검진의 목표는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1차 예방)가 아니고, 이미 발생한 질병을 조기 발견하여 조치함으로써 그 질병이 더 진전하는 것을 차단(2차 예방)하여 장애를 얻거나 사망할 확률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만성질환의 경우 질병 발생에 여러 위험요인이 관여하고, 검진은 질병뿐 아니라 질병의 위험요인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1차 예방에 있어서의 의의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검진을 통한 질병의 조기발견 못지 않게 검진에서 발견된 건강위험요인에 대한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뇌졸중, 심혈관질환 등 중한 합병증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질병에 대한 사후 관리와, 다양한 질병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교육, 상담을 통해 건강증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검진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질병이나 위험요인을 발견하더라도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로 인한 위해나 손실을 예방하지 못할 것이다. 고혈압을 예로 들면,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3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 중 스스로 고혈압이 있다고 알고 있는 인지율은 56.3%였으나, 전체 고혈압 환자 중 혈압이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되는 비율은 그 절반 정도인 27.0%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 고혈압이 원인이 되는 뇌졸중의 유병률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정기 검진 이후의 상담과 사후 관리를 통해 고혈압을 보다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아직 질병으로 인한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검진이 의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의사의 한마디는 환자의 행동을 바꾸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소한 흡연자의 70%가 일 년에 한 번은 의사를 만나고, 나머지 30%의 흡연자는 의료보조원,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약사, 기타 의료인을 만난다(CDC, 1993). 미국 정부는 흡연자 관리를 위한 “Treating tobacco use and dependence(2000)” 계획을 수립한 바 있는데, 환자의 금연 준비 상태에 맞춘 의사의 짧은 개입이 주가 되는 것으로, 특히 의사를 만난 흡연자 중에 의사로부터 금연해야 한다고 권고 받은 사람들은 금연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금연율이 높다는 것(Pederson et al., 1982)에 착안한 것이다.

3.     검진의 비용-편익

검진이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불러온다 하더라도 투입비용에 상응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는 검진 사업을 시행하는 이유는 직접적인 비용에도 불구하고 검진을 통해 질병의 중증도와 합병증을 줄임으로써 이후에 발생하는 사후 비용을 절감해 결과적으로 국민 의료비 전체를 일정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검진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때 검진의 편익은 사망률 감소, 발병에 따른 장애율 감소, 입원율 감소 등으로, 검진의 비용은 검사비, 검사에 따른 시간소용비용, 사후 관리를 위한 진료기관 방문비용 등으로 추정된다.
Collen(1984) Kaiser Foundation Health Program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한 검진에 대한 경제성을 평가한 결과, 검진을 받은 경우 남자 1인당 11년간 2,152달러의 진료비가 절감된다고 보고한 바 있는데, 이후 외국에서는 검진의 경제성 평가와 관련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관련 연구가 부족한 편이나, 유승흠 등(1989)1986년 공단 검진을 받은 수검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용-효과분석을 통해, 검진의 비용과 편익비를 최소 4.08배부터 최대 10.49배로 추정하여 검진으로 인한 편익이 비용보다 많다고 보고한 바 있다. 안윤옥(1995)의 연구에서는 순편익이 1,407억원~2,935억원, 비용대비편익이 7.5~16.6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배성일 등(2005) 2002년 공단 검진자료를 이용한 고혈압 검진사업에 대한 경제성 분석 결과 186-312억의 비용-편익 차액이 있었다고 했으며, 이애경 등(2006)은 당뇨 검진의 비용-효과 분석에서 당뇨에 대한 검진으로 환자 1인당 평균 누적생존년수는 0.76, 질보정생존년수(QALY) 0.2297년 증가하고, 검진으로 인해 보험자 관점, 사회적 관점 모두에서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와 같이 기존의 우리나라 검진사업은 어느 정도 비용-편익에 있어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며 연구들마다 방법과 결과에도 차이가 있다. 또한 검진프로그램 자체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부분 개선, 수정이 되어 왔으므로 향후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현 검진사업 전반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검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우리나라는 국가 검진으로 40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일반건강검진, 조기암검진, 그리고 16/40/66세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등이 시행되고 있으며 민간 검진 영역에서는 대개 이보다 다양한 검사 항목을 포함한 패키지 검진을 상품화시켜 제공하고 있다.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건강검진의 문제점에 대한 다음과 같은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1.     목표 질환과 검사 방법의 근거 부족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기에 일정 기간마다 병력 파악, 이학적, 진단적 검사를 시행하여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주요한 질병을 진단하는 정기 검진의 개념은 분명 매력적이다. 문제는 생애 주기마다 호발하는 질병이 다양하고, 질병의 특성 또한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질병을 목표로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목표 질환이 구체적이고 분명할수록 그에 따른 적절한 검사 방법을 선택하기 쉽고 검진의 효과를 판단하는 것도 용이해진다. 일반적으로 집단 내에서 유병률이 높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병을 목표로 하며, 검진을 통해 적절하고 용이하게 진단 할 수 있고 이후에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검진프로그램은 불분명한 목표 질환에 대해 획일적인 검사 항목과 검사 주기를 적용해왔다. 암검사의 경우 확실한 목표 질환이 있지만, 그 외의 검사 항목의 경우 목표 질환이 불분명하기에 검사 항목에 대해서도 그 효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는 국가 검진 프로그램에서 주로 제기되어 왔는데, 국가 검진 프로그램에 포함된 일반건강검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특이도에 비해 민감도가 떨어지고 특히 1차 검진에서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2차 검진 또는 이후의 진단과정에서 질병이 없을 가능성이 높았으며, 양성예측도가 대체로 5% 이하로 매우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지선하, 2005). 최근 국가 검진제도가 수정, 개선되는 과정에서 일반건강검진의 목표 질환이 심뇌혈관질환으로 구체화되고 검진 기준과 질 관리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검사항목들은 관련 질환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그 근거가 모호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의 경우 일찍이 근거가 부족한 획일적인 검진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으며 1976년 캐나다 질병예방 특별위원회(Canadian Task Force on Preventive Health Care: CTFPHC), 1984년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 preventive service task force: USPSTF) 등에서 정기검진 항목에 대해 특정 질병의 유병률과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선별검사의 효과와 의학적 근거를 확인하려는 대규모 연구 및 평가가 시작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이들 전문가 집단은 새롭게 발표되는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검진이 가능한 질병들과 그 질병들에 대한 검사법에 대해 근거를 검토하고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그림. USPSTF의 권고안 도출 과정
AHRQ: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 EPC: Evidence-based Practice Center
출처: USPSTF procedure manual

검진의 효용성을 판단하기 위한 국내 연구가 부족한 실정에서는 일정부분 외국의 권고안을 참고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경우 외국의 근거를 우리 국민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며, 국내 실정에 맞는 권고안 마련이 필수적이다.
민간 검진의 경우 국가 검진에 비해 목표 질환과 검사 항목이 폭넓고 다양하지만, 국내에서 유병률이 낮거나 중요성이 떨어지는 질환이나 screening 검사로서의 근거가 부족한 검사가 포함되는 경우도 흔하다. 정기적인 검진 프로그램에 이러한 다양한 목표 질환과 검사가 포함되는 것이 적절한가의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검사 항목이 많아질수록 위양성이 늘어나고 그로 인한 불안과 불필요한 후속 검사 역시 늘어난다. 이로 인한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서는 검진 전후 충분한 의료진의 개입이 필요하다. 사전에 대상자의 특성과 건강 위험요인을 고려해 검진 항목을 결정하고, 검진의 의미, 검진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benefit)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해(harm)에 대해서도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2.     검진 기관에 대한 질 관리 문제

검진에서 질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므로 선별검사로 이득을 취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수검자들에게 위해(harm)를 최소화해야 하는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인가한 기관의 인증시스템과 질 보장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검진 기관에 대한 질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검진에 대한 종합적인 질 평가 및 관리는 없으며, 관련 학회의 정도 관리를 통해서 개별적, 자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체계적인 질 관리가 어려운 상태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06년 시행한 조사 결과 검진기관의 영상의학장비 중 20.1%가 노후, 고장, 정비불량 등 부적절 장비였으며 이외에도 방사선사 촬영기술 미숙, 수검자 인적사항 미기재 등 품질 관리의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이애경 등, 2008).
민간 검진에 비해 국가 검진에 대한 신뢰도는 낮은 편인데, 국가 검진에 대한 수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검진은 형식적이고 검진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어떤 검사든 위양성, 위음성의 가능성이 있지만, 검사법 자체의 한계가 아닌 일선 기관의 질 저하로 인해 검진 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체계적인 질 관리로 개선 가능한 부분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검진 기관에 대한 평가 사업을 통해 질 관리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검진기관 수준에 맞추어 규제 강화를 하되 여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총체적이고 보다 객관적인 평가와 관리를 통해 검진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3.     검진 사후 관리 미흡

검진이 검진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강증진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사후 관리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국가 검진의 경우 체계적인 사후 관리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며, 검진 이후 건강문고와 생활습관지침서를 제공하고 전화, 방문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사후 관리율 역시 매우 낮은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후 관리는 보건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일선 담당 기관과 부서에서도 사후 관리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과 전문성 부족 등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박용문 등, 2006).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이 시작되면 검진 이후 1차 의료기관에서 생활습관상담을 받도록 한 것은 기존 국가 검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변화였으며, 시행 초기에 드러난 절차상 번거로움 등의 문제점에 대해 향후 지속적인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생활습관상담이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이후 지속적인 관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상담의 연속성과 연계 가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검진 이후 사후 관리는 검진 결과에 대한 의사의 상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결과에 대한 상담 과정이 질환 관리, 건강위험요인 관리로 연계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일반 수검자의 입장에서 검사의 정확성이나 질에 대해서 잘 알기는 어렵기 때문에, 검진에 대한 만족도와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검진 결과에 대해 충분한 상담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검진의 경우 결과통보서 발송 이외에 검진 결과에 대해 직접 의사의 상담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결과 상담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민간 검진기관의 경우 검진 결과에 대한 의사 상담을 제공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검사 자체에 비해 검진 결과 나타난 건강 위험요인에 대한 상담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지곤 한다.


맺음말


목표 질환을 보다 구체화하고, 그 질환에 적절한 검진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근거 중심의 접근과 위양성과 위음성, 과진단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대부분의 근거가 집단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개인의 차이를 고려한 접근 역시 필요하다. 가족력, 과거력, 건강 습관 등에 따라 질병 발생의 위험은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개인의 특성과 건강 위험요인을 고려해 검진 프로그램을 결정했을 때 검진의 이득을 최대화하고 위해를 줄일 수 있다. 임상적으로 쓰이고 있는 심혈관질환, 유방암 등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모델을 비롯한 평가 도구를 검진 프로그램 결정에 활용하는 것은 그 좋은 예이다. 이외에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위험 요인들에 따른 다양한 질병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도구가 개발될 필요가 있으며, 이와 관련해 질병 발생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를 통해 검진 프로그램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으나 아직까지는 그 근거 수준이 낮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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